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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롯데 백화점 8F) 박구환 목 판화전
park  2007-04-05 19:09:09, 조회 : 3,235, 추천 : 352

감상문 (롯데 백화점 8F) 박구환 목 판화전
하늘과 바다, 그리고 마을의 조화로움이 그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친근하고 상쾌하게 다가오는 경이로움을 보자.

A Fishing village에 나오는 어촌풍경, 즉 사람이 있는 집과 나무의 배치는 한결같이 자유로운 연상을 일으키게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키 큰 나무며 나뭇잎이나 고래의 형상 같은 논밭, 작은 교회당, 그리고 끝임 없이 드러나는 길,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숨은 길들에 표정이 있어 다정다감(多情多感)해서 좋다. 기존의 판화작품에서 드러나는 이념이나 보여주기가 아닌 그의 작업은 "스며들기"이다. 심상(心想) 속으로 은근히 스며들어오는 느낌 그 자체의 편안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 무언가를 끊임없이 강요당하고 있는 억압기제부터 일단 풀려 난다. 색채로부터 오는 해방감일까? 푸른색이나 부드러운 보랏빛 이미지가 오히려 환상 성을 띄는 건 아닐까. 모든 대상의 조화, 융합이 따뜻하다. 흡사 시인의 마을처럼 너무도 편안하고 느긋해서 마치 관객이 기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다. 하늘과 바다를 유영하는 듯한 작은 배와 구름, 그리고 새, 이상한 형상의 물체, 그것의 움직임은 또 무엇일까. 작은 파동이 있다 라고 생각이 든다. 심상에 미세하게 스며드는 그것. Sea of Sound 연작. 소리를 추구하는 화가라니 일단 대상에서 끊임없이 감흥(感興)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소리의 바다. 자연에 원래부터 내재된 소리를 화폭에 펼치려는 작업. 꽃의 웃음소리가 있고, 바닷물 철썩이는 소리가 있고, 갈매기 소리가 있다. 또 뱃길 뒤로의 하얀 포말에도 소리가 보인다. 그의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소리는 일단 흥(興)이다. 흥(興)이라니, 기뻐하다, 일어나다, 느끼다, 감동하다, 일으키다, 의 글자 흥(興)이 있다.

즐거움의 세계, 작품을 감상하는 자의 즐거움이 극치에 달하는 음(音)을 추구하다니. 그렇다, 모든 침묵에도 소리가 있다는 건데 일단 소리의 세계를 화폭에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자연스레 베니어판의 재질과 맞물려 흐르고 있는 듯하다.

무한광대의 바다, 섬, 섬, 섬들. 뱃길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과연 음(音)의 세계일까? 뛰어난 회화성(繪?性)이 주는 자연미(自然美)는 목판화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날카로운 칼맛이 배제된 부드러운 심성(心性)의 최대한 드러 내기였다고 봐도 과장은 아닐 듯 싶다. 베니어 재질 (材質)자체의 특질을 캐듯이 찾아내서 자신의 세계의 지향점을 일군 작가의 의미 있는 작업이 경탄스럽다.

자연물, 구체적인 대상들을 화폭에 재해석해서 자유롭게 표현해놓은 작가정신, 그 숨은 저 내면(內面)에서 찾을 수 있는 상상의 세계. 색채에서 오는 신비감, 소리의 기호 같은 재질(材質)에서 발견한 특성이 한껏 어우러져 있는 환상의 바다가 여유롭고 풍족하다. 평소 자신에게 보이지 않던 마음의 길이라도 발견한 듯한 기쁨이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 지향점은 자연 뿐임을 새삼 느낀다. 그의 작업은 그런 세계의 한 성과일 것이다. 아름다운 목판화에 음(音)과 흥(興)을 실어내고자 하는 그의 정신세계가 또 어떤 변화 있는 작업으로 표현될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된다.  
  대개 미술은 어떤 표현의도나 내면의식 상징의미들을 적절한 표현솜씨를 발휘하여 물리적 매체를 이용한 작업과정을 거쳐 객관적 실체로 옮겨내게 되어있다. 그러나 작가와 소재 기교라는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 가운데서도 갖가지 소재로서 매체나 그것을 다루는 능숙한 솜씨에 의해 완성도는 물론 최종효과가 많이 달라지는 것이 판화이다.

그 기술적인 공정이 수없이 다양하고 그에 따른 종류와 효과가 각각 다를 뿐 아니라, 작가 임의로 완벽하게 조절할 수 없는 의외성이 많이 개입되기도 하는 것이 또한 작업과정상 이중구조를 지닌 판화의 속성이다. 즉각적으로 표현효과가 드러나는 다른 미술분야에 비하여 판 제작에서 찍어내기까지 작업과정이나 단계별 특성에 따라 주관적 감정이나 표현의도들이 걸러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연성'과'회화성'의 지향, 그것은 그의 일관된 미적취향이면서 이번 발표작품에서도 가장 두드러지 특성이다. 물론 상반된 유형으로 크게 나누어지는 전체 작품들에서 대비효과를 통한 의미전달에 주력하던 이전의 구축적 조형질서와 암시성이 강한 부호형태의 상징적인 도상들이 상당부분 남아 있기도 하다. 가령[이미지]연작으로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직선분할이 많으면서 목재의 짜맞춤, 금속성 매끄러운 질감, 한쪽이 트인 사각틀, 규칙 바른 신호등들에 부드러운 곡선의 학과 식물넝쿨, 새싹 꽃물결의 일렁임,바람과 비등 문명사회와 자연 생명세계의 대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비교되는 [풍경]연작은 특히 올 들어 깊이 탐닉하고 있는 작업들로, 현장감흥들을 위주로 한 자연 소재들이다. 본래 중간단계를 거쳐 야 하는 작업이라 간결압축될 수 밖에 없는 판화의 특성임에도 최대한 의도적인 형태 변용과 직선구성, 날카로운 칼맛을 삼가하여 부드러운 회화를 재현하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약수리 에서> <장용리에서>같은 현장취재와 <이른 아침> <오후바다>아니면<겨울> <시월 바다>등 시간 변화에 따른 자연풍광과 그 분위기의 표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도 주목된다. 스스로 강화된 상징체계 관념의 틀과 작업실의 폐쇄성을 벗어나 열린 자연세계의 생명발현과 그 분위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최대한 주관적 변용과 구조적 조형질서의 개입을 자제하며 객관실재의 본 모습에 가까워 지려는 자세 부터가 달라진 것이다.

대신 주체의 순수감흥과 제작과정상의 자유로운 이미지전개는 오히려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도식적 구성이 사라진 일상적 풍경들로 본래 즐겨오던 다채로운 색의 변화에서도 색면들은 훨씬 넓어지고 터치는 굵어져 표현성 강한 필촉들을 연상케 함으로써 민화와 같은 소박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두 가지 대조적인 작품형식이 결합된 중도적 성격의 <새>연작에서 그런 성향은 더욱 두드러져 마치 민화의 <십장 생도>를 연상케 한다. 물론 본인은 인위 적인 세계와 순수 소박하고 자유로운 자연세계를 대비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구성연출 이라고는 하지만 민예품의 떡살무늬 자수무늬 따위에서 얻어진 잠재적 미감이 반영되면서 그의 또다른 가능성의 부 분이기도 하다. 한동안 그는 하나하나의 작품마다 담고자 하는 표현의도와 욕구들을 미처 걸러내지 못하였 듯 하다. 치밀 하면서도 복잡과다한 화면구성과 상징체계 이미지 연출로 서로 분절된 화면공간들이 적절히 통합되지 못하고 거기에 원색들끼리의 대조까지 생경해 보이는 경우들도 적지 않았다.

설령 그것이 어느 면에 서는 오히려 진솔함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산만해 보이리 만큼의 지나친 의도성에 대한 고심이 컸던 듯 이번에는 아예 소재부터 구성제작 방법까지 대폭적인 변화를 시도하였다. 자유롭고 부드러운 판화형식에 대한 모색으로 '이미지'연작의 치밀함과 구축성을 완전 털어버리려는 변신이 뚜렷하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감흥을 위주로 한 칼붓의 순발력 있는 새김과 떠냄으로 투박한 목판의 맛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투적 소재의 반복과 자족을 경계 해야 하고, 판화 나름의 감정절재와 이미지의 압축, 목판 특유의 터치 방향과 강약 굵기의 조절, 다색판화 나름의 색의 순도 등은 꾸준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판화란 판을 통하여 찍혀 나오는 그림이다. 직접 그리는 것과는 달리 어떤 판화이건 그 판이 존재하며 그래야만 그림이 찍혀 나온다. 이것은 판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복수제작이 가능함을 장점으로 규정 짓게 되는 특징이며 이러한 결과로 만들어진 여러 장의 판화는 복제가 아닌 원화가 여럿 있다는 복수개념 예술로 보아야 한다.

또한 평면 위에 이미지가 놓여진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일품회화와 같은 조형언어를 지니고 있으나 그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 (목판의 재질과 칼의 맛, 석판의 다양한 효과에 의한 표현, 동판의 정교한 느낌,찍혀진 이미지를 가진 깨끗한 종이의 여백에서 오는 간결하고 담백한 맛-과 작품의 제작과정으로 인한 표현 방식 때문에 일품회화와는 서로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판화는 점진적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서로의 작업을 보완해 주는 좋은 역할을 해 왔고, 결국 근대에 이르러서는 많은 작가들이 판화를 회화적 성격으로까지 끌어 올렸다. 판화는 종래의 미디어적 기능이 아닌 창조적이고 고차원적인 표현을 나타내는 순수예술 부상되었다. 이것은 판화기술의 발달만이 아닌 판화의 프로세스가 현대미술의 욕구에 부합되었기 때문 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한 판화의 회화적 개념확산으로 캔버스 화면 위에 프린트를 올리거나, 단일 화폭 위에 두 작업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또는 같은 이미지로 회화와 판화의 두 작업 형태로 제작되어지는 여러가지 표현기법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해진 미술양식의 흐름 속에서 판화 개념의 확산으로 인해 많은 부분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조형의 영역이었던 캐스팅(Casting)이나 몰딩(Molding)작업은 물론 본격적인 입체작업 일 경우에도 복수제작되어 복수성을 가질 경우 판화로 간주되기도 하며, 그 자체를 바로 판화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변화와 판화 특유의 표현 방식이 다른 장르의 예술활동에 적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기법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시대의 변화와 세계화 시대에 판화 장르의 다양한 표현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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