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 두타연-박구환     by guhane (http://www.guhane.com)
<8>강원도 양구 두타연-박구환
슬퍼서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세속의 욕심을 내려 놓았다네

2015년 06월 15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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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 방산면에 위치한 계곡 두타연은 ‘단장의 능선’ ‘피의 능선’으로 불릴 만큼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분단의 비극이 보호해낸 아름다움은 역설적이게도 슬퍼보인다
오랜만에 제법 먼길을 나서던 유월 초입의 어느 날, 하늘은 높고 맑았으며 피부를 스치는 바람은 청아한 향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강원도.

만만치 않은 거리를 이유로 늘 아쉬움으로만 남아있던 곳이었다. 평창 비엔날레 전시회 참여를 앞두고 사전답사를 계기로 날을 잡고 보니 오래된 숙제를 푼다는 개운함까지 더해져 여행의 설렘을 더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여행지, 게다가 장장 6시간 정도의 이동거리. 준비되지 않은 감정을 애써 움직여야 하는 색다른 경험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기엔 적잖이 부담스러운 시간이라 일부러 시간을 여유 있게 내서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덕분에 초여름 특유의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하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월에 찾은 강원도는 특별했다.

특히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양구 두타연은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인 1953년 7월27일 미국·중국·소련에 의해 155마일(249.45㎞) 휴전선이 그어지고, 1954년 2월에는 미 육군 사령관 직권으로 비무장지대 바깥에 민간인통제구역이 정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불허된 금단의 땅이었다가 지난 2004년부터 자연생태관광코스로 민간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전쟁의 상흔으로 어쩔 수 없이 지켜온 태고의 신비, 아름다움은 역설적이고 그래서 보는 이는 슬프다.

두타연은 한국전쟁 당시 단장(斷腸)의 능선, 피의 능선으로 불릴 만큼 처절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고 1951년 판문점에서 휴전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회담여건 조성과 한 치라도 더 많은 국토회복을 위해 불타는 청춘들의 목숨이 초개(草芥)와 같이 던져진 곳이다. 그렇게 인간이 남긴 전쟁의 상처가 역설적으로 아름다움을 보존하게 만든 것이다.

헌데, 그곳에 조성된 전투위령비 앞에 서고 보니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국민이라는 사실을 새삼 자각하게 됨과 동시에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내 안의 뜻밖의 감정들을 만나게 됐다.

이동 중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가곡 ‘비목’의 멜로디가 들렸고 마음속으로 가사를 따라 불렀다. 60년이란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듯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는 일행을 숙연하게 했고 복받쳐 오르는 감정 또한 어쩔 수 없었다.

걷다가 만난 길섶의 야생화, 전쟁의 상흔이 남긴 녹슨 철모, ‘지뢰’임을 알리는 빨간색 표지판…. 어느 것 하나 가슴이 떨리지 않는 것이 없고, 시간이 멈춰버린 듯 원시 자연의 생태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경이로운 풍경은 작가의 마음을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천 년 전 이곳에 두타사란 절이 있었다 한다. 지금은 어렴풋한 상상으로 그려보지만 확실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 두타(頭陀)란 불교용어로 깨달음의 길로 가기 위한 고행의 과정인 ‘닦고, 털고, 버린다’라는 ‘무소유’(無所有)의 개념으로 청청하게 심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두타연 주변의 풍광마저 사사로운 세속의 욕심들을 절로 내려놓게 한다.

두타연은 20m 남짓한 높이의 바위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데 금강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이 바위 사이를 헤집고 떨어지며 높이 10m의 폭포를 만들었다. 폭포수를 받는 최대 수심이 12m나 되는 너른 소(沼)는 너무 푸르러 검은빛으로 느껴진다. 또 바위마다 물이끼를 이불처럼 덮고 있어 천혜의 비경을 완성하고 있다.

오래전에 금강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장쾌하고 웅장하며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천하절경 상팔담, 구룡폭포로부터 흐르던 물줄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물줄기가 태백의 허리를 감고 내려와 수입천의 맑은 냇물이 되어 청아한 소리로 두타연 계곡을 울리는 듯하다. 옥빛이라 칭해야 하나? 지금까지 봐왔던 어떠한 색상표에서도 찾을 수 없는 조물주가 만들어낸 색감에 흠뻑 매료되고 그 풍광에 빠져든다.

분단의 비극이 만들고 지켜낸 태고의 신비.

그렇게, 슬퍼서 더 아름다운 두타연과의 만남.

언젠가 내 안에서 되살아날 두타연이 기대된다.



박구환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순수미술과 졸업

-개인전 36회, 단체 및 초대전 500여회 참여

-뉴욕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 아시아현대미술쇼_홍콩, 람사르총회 기념특별전참여

-현재 전업작가, 광주시미술대전 등 초대작가, 광주현대판화가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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